우심실 유출로 심실빈맥
Right Ventricular Outflow Tract Tachycardi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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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The right ventricular outflow tract (RVOT) is where premature ventricular beats or ventricular tachycardia (VT) arise most frequently. VT arising from the RVOT has unique clinical and electrocardiographic properties, and responds favorably to antiarrhythmic or ablation therapy. However, it requires differential diagnosis from VT originating from other regions of the right ventricle. This review describes the clinical characteristics, electrocardiographic differential diagnoses, and therapeutic approaches of RVOT VT.
서론
심실빈맥은 일반적으로 심근경색 혹은 심부전 등의 심질환이 있는 환자에서 흔히 나타나나, 전체 심실빈맥의 약 10% 정도는 심질환이 없는 환자에서 나타나고, 이러한 소위 특발성 심실빈맥의 가장 흔한 호발 장소가 우심실 유출로(outflow tract, OT)이다[1]. 우심실 유출로는 심실빈맥뿐 아니라 조기심실수축이 호발하는 부위이기도 하며, 따라서 심실성 부정맥이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부위이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우심실, 특히 유출로에서 나타나는 심실빈맥의 특징을 정리하고, 이와 감별해야 할 우심실 다른 부위의 심실빈맥에 대하여 심전도 특성, 도자절제술 결과 등을 기술하고자 한다.
우심실 유출로의 해부학적 특성
우심실 유출로는 튜브와 같은 형태로 생겼으며, 삼첨판륜의 상부와 폐동맥판의 하부에 위치하고 있고, 좌우로는 심실중격과 우심실 자유벽을 그 경계로 한다[2]. 이는 또한 좌심실 유출로와 인접하여 있고, 대동맥판막, 승모판막 등의 인접 구조물과 가까이 맞닿아 있어서 해부학적으로 상당히 복잡한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Figure 1). 우심실 유출로는 좌심실 유출로와 대동맥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감듯 위치하며, 좌심실 유출로보다는 상방, 좌측에 존재하고, 따라서 폐동맥판막도 대동맥판막보다 앞, 좌, 위쪽에 위치하게 된다. 우심실 유출로는 발생학적으로 심장의 나머지 부분(좌, 우 심실)과는 그 기원이 달라서, connexin의 분포가 적어 세포간 연결이 약하고 전도 속도가 느리며, 수축력이 크지 않은 ‘태생기 유출로’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3]. 부정맥 유발성이 큰 이유는 아마도 이러한 발생학적 배경이 다름으로 인하여 이 부위의 활동전압 형태나 전도 속도, 불응기 등의 전기생리학적 특성이 다른 심장 부위와는 상이함에 기인할 것으로 추정된다.
우심실 유출로 심실빈맥(right ventricular outflow tract ventricular tachycardia, RVOT VT)의 대부분은 폐동맥 판막 직하부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고, 이 부위는 판막과 연결되므로 심장 내 전기도의 진폭이 작게 기록되는 저전압 부위(low voltage area)이다. 하지만 심장 내 초음파를 통하여 폐동맥 판막륜의 위치와 3차원 전기도의 진폭(amplitude)을 비교하면 실제로는 판막륜을 지나서 폐동맥으로 전극도자가 진입하였음에도 전기도상의 진폭이 크게 관찰되므로 기존에 판막하부라고 생각하였던 부분이 실제로는 폐동맥 판막 상부일 가능성이 많다. 부정맥도 폐동맥 판막 상부에서 발생하여 우심실 유출로는 단순히 폐동맥에서 발생한 부정맥이 전달만 되는 것일 수 있다. 심장내 초음파를 이용한 일부 보고에 의하면 우심실 유출로 빈맥으로 도자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약 50% 정도에서 부정맥의 발생이 폐동맥 판막륜 상부에서 기원하였다고 한다[4]. 우심실 유출로 빈맥은 심전도 상 삼첨판륜, 특히 His속 근처의 삼천판륜에서 기원하는 심실빈맥과 유사하며, 폐동맥판륜 근처의 조직이 부정맥유발성이 강한 것처럼 삼천판륜, 승모판륜에서도 부정맥이 호발하는 점은 이들 경계 부위 조직의 일반적인 특성으로 이해된다. 또한 이들 유출로에서 기원하는 심실빈맥과 삼첨판륜/승모판류에서 기원하는 심방빈맥, 심실빈맥이 모두 adenosine에 강한 감수성을 보인다는 점도 이들 부위에서의 부정맥 발생이 아마도 cAMP를 매개로 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을 것을 시사한다[5,6].
우심실 유출로 심실빈맥의 임상상
우심실 유출로 심실빈맥은 젊은 연령에서 흔하여 20-40대에서 호발하며, 특징적인 심전도 형태(흉부유도에서 좌각차단 형태의 QRS파, 그리고 사지유도에서 우축 편위의 특성)을 보이므로 익숙해지기만 하면 심전도만 보고 곧 인지가 가능한 경우가 많다(Figure 2). 지속성 심실빈맥뿐 아니라 심실기외수축, 비지속성 심실빈맥도 흔히 동시에 관찰되고, 20-50%에서는 운동에 의하여 유발된다[5]. 일반적으로 흉부 불쾌감, 심계항진의 증상이 나타나지만 지속성 심실빈맥이 빠른 속도로 나타날 때에는 실신이 동반되기도 한다. 장기적인 예후는 매우 양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신이 동반된 경우에는 빠른 심실빈맥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이러한 빠른 우심실 유출로 빈맥은 일부에서는 급사로 진전될 수 있으므로 진료 시 증상 발현 양상에 주의해야 한다(악성 유출로 빈맥, malignant outflow ventricular tachycardia) [7].
우심실 유출로 빈맥의 발생 기전 및 약물 치료
우심실 유출로 빈맥의 발생에는 지연 후 탈분극(delayed afterdepolarization)에 의한 방아쇠 기전(triggered activity)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5]. 이는 세포내 cAMP의 상승과 연관된 칼슘 통로와 ryanodine 수용체의 활성화, 세포 내 칼슘의 증가 및 Na/Ca exchanger의 작동 등의 연쇄반응으로 인하여 매개되므로 이들 세포 내 매개물질을 억제할 수 있는 adenosine, 칼슘차단제, 베타차단제 등이 빈맥의 억제에 특히 효과적이다. 또한 일반적인 항부정맥제 및 베타차단제, 칼슘차단제 등에 두루 반응이 좋은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일부 이러한 항부정맥제에 반응이 없는 경우에는 도자절제술을 고려할 수 있으며, 특히 실신을 동반하거나 심실박동수가 극히 빠르고 다형심실빈맥인 경우, 혹은 심실조기박동이 R-on-T 현상(PVC before or at the peak of the T wave)을 보이는 경우에는 추후 급사로 이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므로 조기에 도자절제술 등의 적극적인 치료법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R-on-T 현상은 민감도가 매우 낮아서 악성 유출로 빈맥의 경우에도 기외수축의 연결 간격(coupling interval)이 짧지 않은 경우가 많아 이들 악성 빈맥의 구별에 제한점이 있다[7]. 우심실 유출로 빈맥이 비지속성으로 나타날 경우 악성 빈맥은 대개 빈맥의 속도가 가속(acceleration)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두번째 연결 간격이 짧을 경우(‹315 msec) 악성 유출로 빈맥의 가능성이 많으므로 감별진단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8].
우심실 유출로 빈맥의 심전도: 우심실 유출로 내에서 빈맥의 발생 부위 예측
우심실 유출로 빈맥의 도자절제술 시 심전도를 통한 발생 부위의 예측은 시술의 성공률을 높이고 시술 시간을 줄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삼차원 지도화 과정을 통하여 위치를 파악할 수 있지만, 심전도를 통하여 대략적인 위치를 정하고 시작하는 것이 편리하다. 펜실바니아 대학의 Dixit 등은 우심실 유출로 빈맥의 위치 판단에 12 전극 심전도가 유용함을 밝힌 바 있다. 우심실 유출로 빈맥의 대부분이 폐동맥 판막륜 직하부에서 나타나므로 이 판막륜 직하부를 자유벽, 중격으로 나누고 이 두 부위를 각각 전방/가운데/후방으로 구분하였을 때 자유벽과 중격에서 기원하는 빈맥의 감별에는 하벽유도의 진폭과 notching 유무가 중요하였고, 또한 흉부유도에서 QRS파의 이행대도 도움이 되었다[2]. 즉, 자유벽 기원의 빈맥은 하벽유도에서 notching이 나타나고 진폭인 낮은 반면(평균 1.1-1.2 mV), 중격 기원의 빈맥은 하벽유도의 notching이 없고, 진폭이 높았다(평균 1.7-1.8 mV). 또한 흉부유도에서의 QRS파 이행대도 자유벽 기원의 심전도에서 V4 혹은 그 이후에서 늦게 지연이행(late transition)이 나타나는 데 비하여, 중격 기원의 빈맥은 V3, 4 사이에서 이행대가 형성되었다. 또한 폐동맥 직하부의 전방과 후방의 구별에는 유도 I이 유용하였는데, 전방 유출로에서 나타나는 빈맥은 유도 I에서 음성을 보이는 반면 후방 유출로에서 나타나는 빈맥은 유도 I에서 양성을 보였다. 본 심전도 감별진단은 우심실 유출로의 극 상부에서 나타나는 빈맥의 감별진단에만 해당하고, 유출로의 하부에서 나타나는 빈맥의 위치 추정에는 이용되기 어려우나, 이러한 경우 위의 기준을 마음에 두고 전극도자를 움직이면서 여러 부위에서 조율을 시행하여 심전도 QRS 벡터의 변화 방향을 보면서 상대적인 위치를 결정할 수 있다.
우심실 유출로 빈맥의 심전도: 우심실 유출로 외에서 발생하는 심실빈맥과의 감별
우심실 유출로의 심실빈맥과 우심실 유출로 이외의 우심실 부위에서 발생하는 빈맥의 구별에는 aVL의 극성이 도움이 된다 (Table 1)[9-11]. 일반적인 우심실 유출로 심실빈맥에서 aVL은 음성이지만 삼첨판륜, His속 근처 등에서 발생하는 우심실빈맥은 aVL이 양성으로 나타난다. V1의 극성과 이행대는 좌심실, 우심실 유출로 빈맥의 구별에 도움이 된다. 우심실 유출로의 자유벽이 체표면 V1유도에 가장 가까우므로 이에 가까운 우심실 유출로 자유벽에서 V1이 가장 큰 음성을 보이고, 우심실 유출로 자유벽 빈맥의 QRS 이행대도 V4 이후에 늦게 나타난다. 우심실 유출로 중격 부위의 빈맥은 V1이 작아지고 이행대도 V3-4로 빨라지며, His속 근처(삼첨판륜 중격) 우심실, 우측 관동맥동(right coronary sinus cusp) 등으로 갈수록 이행대가 더 빨라져 V2-3에서 나타난다(Figure 1-3). 사지유도 I은 우심실빈맥 모두에서 양성으로 나타나나 일부 우심실 유출로 빈맥 중 폐동맥판 근처 좌측에 위치한 심실빈맥에서만 음성으로 나타난다. 사지유도 II는 우심실 유출로 빈맥에서 양성으로 높게 나타나고, His속 근처, 삼첨판륜 상부에서 기원하는 빈맥에서는 양성이지만 삼첨판륜 하방, 후중격에서는 음성으로 나타난다. 사지유도 I-III의 notching은 우심실 유출로 자유벽, 삼첨판륜 자유벽 빈맥에서 나타나고, 중격에서 기원하는 심실빈맥에서는 드물다.
우심실 유출로 빈맥의 치료
우심실 유출로 빈맥 환자의 치료에서 가장 염두에 둘 사항은 기질적 심질환의 유무에 대한 평가이다. 부정맥 유발성 좌심실 이형성증(arrhythmogenic right ventricular cardiomyopathy, ARVC)은 그 이환 정도가 약할 경우에는 일반적인 심초음파에서 정상으로 보일 경우가 많으므로 심초음파에서 조금이라도 이상 소견(국소 벽운동 이상이나 심실벽이 불거져 나온 소견 등)이 있으면 심초음파를 추적관찰하거나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 등으로 ARVC의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또한 일부 우심실 유출로 빈맥은 실신, 급사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현재까지는 이러한 악성 우심실빈맥을 감별할 만한 진단법이 없다. 악성 우심실빈맥 환자들은 거의 모두 실신 혹은 전실신(presyncope) 증상이 있고, 심실빈맥 발생 당시 심박수가 매우 빠르므로(일반적인 우심실 유출로 빈맥의 맥박수가 분당 183회/분 전후인 데 비하여 악성 빈맥의 경우 245회/분), 실신이 있거나 심박수가 220회 이상이면 악성 심실빈맥 혹은 급사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7].
심실빈맥 발작 시 응급 처치는 경동맥궁 자극(carotid sinus massage), adenosine이나 verapamil, lidocaine 주사 등을 시도하여 볼 수 있다. 일반적 우심실빈맥은 약물에 대한 반응이 좋은 편이어서 일차적으로는 베타차단제, 칼슘차단제 등을 처방하고, 반응이 없을 경우에는 class IC 항부정맥제를 단독 혹은 베타차단제/칼슘차단제와 병용 처방할 수 있다. 전극도자절제술에 대한 치료 효과도 좋아서 비교적 짧은 시술 시간에 좋은 효과(›80-90% 성공)를 거둘 수 있어 약물에 반응이 좋지 못할 경우 적극 고려하는 것이 좋다(Figure 4).
결론
우심실 유출로 빈맥은 심장의 이상 소견이 없는 정상인에서 나타나며, 심한 심계항진 등의 증상을 초래할 수 있지만, 약물에 대한 반응이 좋고 도자절제술의 성적도 양호하여 일반적으로 그 예후가 양호한 심실빈맥이다.